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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 – 김두식

(모월 모일 읽기 시작 / 모월 모일 마침)


 이 책을 읽기 시작한건 빌려 준 여자친구의 강추가 큰 원동력이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김난도 교수님의 책을 읽고서  완전 실망을 했었다. 청춘에 대한 모든 말들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청춘은 숫자나 시기가 아니라 마음에 달린 것을 상처 받고 딛고 일어서면서 좋아지라 좋아지라 타이르는 것은 너무 야속하지 않나?


(나도 어른이지만) 어른 당신들의 마음 속에서 아이들은 상처 받아도 된단 말인가? 상처 받고 극복하는 법 말고 상처 받지 않는 법, 그래서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말해주길 바라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욕망’이라는 숨기고 싶은 것들에 대한 글이다. 많은 종류의 욕망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그 중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


 소년시절처럼, 어릴 때 사랑에 대한 욕망이 충족되지 못했던 중년 아저씨들의 이야기는 너무 공감됐다.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이 불쌍한 사람들의 삐뚤어진 욕망의 표현들은 너무 뭐랄까. 위선적이라고나 할까.

이건 진짜 좋은 책이다. 우리가 늘 생각만 하지 따져보지 못했던 것 특히 금기에 대한 생각을 편안히 읽을 수가 있으니까. 더욱이, 나는 금기를 너무 싫어한단 말이지. 그래서 읽으면서 너무 편하고, 좋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E-Book으로 구매 예정이다. 빌려 읽은 책의 소장 방식이란 다양한 법이니까.


* 이 책에서 몇 부분 발췌해서 읽을 만한 곳을 골라보았다.

Digest — 이 책은 사실 그렇게 뽑아 낼 부분이 많지 않았다. 아예 통으로 봐야하는 글이라 그런 것 같다는게 내 생각. 그래도 몇 부분 발췌 해 보았다.


[1] 124면 (노예가 주인에게 왼편 뺨을 돌려대는 것은 때릴 때 때리더라도 나를 더이상 노예로 보지 말고 평등한 인간으로 인정해달라는 반항입니다.에 이어)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역시 목숨을 건 결기입니다. 노예가 되지 않고 당당한 인간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평화적인 저항수단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이런 결기, 눈빛, 에너지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결기, 눈빛, 에너지는 한순간의 결단이나 기교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헤어질 수 있는 용기,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는 근본적으로 ‘혼자서는 용기’와 연결됩니다. 애인과 헤어지지 않으려면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직장상사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그 관계를 끝장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데 필요한 것은 절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혼자있고 싶지 않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생의 슬픔과 묘미가 있습니다.

혼자서도 행복하려면 내면이 안정되고 튼튼해야 합니다.


[2] 125면, [1]과 이어서 ‘정신승리’의 비법에 대해서 말하는데 이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에 관한 사례다. 김두식 교수님의 생활 속에서의 사례


[3] 경계-성문을 빠져나가지 못한 인간에 대한 페이지. 131면부터. 계(戒) = 성문 안전선이며 불편한 경계선.


[4] 204면. 글을 쓸 때면 수십번을 고치면서 남에게 욕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칩니다. 한때 신문 칼럼을 쓸 때는 진중권, 김규항, 조갑제, 노무현, 이명박 같은 다양한 사람드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입장에서 다시 글을 읽고 문제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전제를 붙이곤 했습니다. (중략: 이후로는 김두식 교수님과 형님의 정 반대되는 성격을 대조해두었다. 형은 정면돌파. 교수님은 계의 사람.) 형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는 늘 안전한 길만 찾습니다.


[5] 208면.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이 우수한 과학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 즉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과학고와 같은 베드에서 키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새로운 이론에 용감하게 도전하고 저항에 부딪히는 것. 그것이 앞서 나가는 길이다. (교수님의 형님 말씀)

선을 넘어본 사람만이 선을 넘는 이유는, 그런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특이함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한다. 선을 넘어라.


[6] 의심하라. 272면. 규범을 의심할 줄 모르고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근본주의자들은 남에게도 해를 끼치지만 자기 자신도 해를 입는다.


[7] 280면. 우리는 관계란 말이나 글로 시작하고 살의 교감은 언제나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살의 교감은 말이나 글의 교감보다 훨씬 낮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색계(영화)는 살의 교감이 역으로 영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기막히게 표현했습니다. (중략) 몸으로 시작된 관계도 명백한 사랑임을 보여준거죠.


[8] 289면.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간세포도 죽는다. 욕망은 이와 비슷하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나 다름없는데 이걸 살살 달래면서 살아야지 없애겠다고 싸우면 되려 큰 일이 나는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욕망의 존재나 가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게 중요하다.


[9] 291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색보다는 계에 가깝다. 그리고 바른 생활을 하기에 남에게 돌 던지기도 쉽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기에 다른 세계를 접하고 경계선을 넓히기도 쉽다. 그래서, 다른 이에게 돌을 먼저 던지기보다는 경계선을 넓히는게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좋다.


[10] 293면. 물론 자기 행복을 위해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문제는 있죠. 그러나 비행기 사고가 났을 대는 자기가 먼저 산소호흡기를 입에 댄 다음 옆사람을 씌워주는 게 원칙입니다. 옆사람을 살린다고 우선권을 넘겨줬다가는 자기도 죽고 남도 죽습니다. 남편에게 맞고 살면서도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 아들을 붙잡고 “너만이 나의 희망”이라고 말한다면, 그게 오히려 아들에게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11] 300면. 김근태위원의 고백에 대하여(선관위에 신고한 내용에 대해)

김의원 이후 우리는 그런 고백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고백을 들어줄 귀가 없는 사회에서는 고백이 나올 수 없습니다. 고백이 없는 곳에서는 성찰이 아니라 사냥만이 힘을 얻지요. (우리나라 = 희생양을 양산하는 문화. 때문에 작은 고백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12] 301면. 아, 이 사람들이 지금 내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자기 얘길 하는구나.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억눌린 욕망과 분노를 그렇게 폭력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쌍한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내면에 꿈틀거리는 욕망을 잘 다독이며, 자신만의 공간을 지키고, 깊은 내면을 이웃과 나누다보면 나도 모르는 새 주변에는 같은 길을 걷는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갑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아는 개인 (중략) 그런 개인들과 아주 작은 연대가 싹트고 나면, 이 험한 정글 속의 삶도 한결 견딜만 합니다.